[시사] 탈원전, 이념이 아닌 계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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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기 기자
기사입력 2025-10-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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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원기 논설위원   

서울=(검찰연합일보) =요즘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보면 묘한 불안감이 든다.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말은 듣기 좋지만, 현실의 숫자는 다르다.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전의 1MWh당 시공비는 25.5달러, 한화로 약 3만5700원.
태양광은 11만8000원, 풍력은 많게는 17만원이다.
‘깨끗한 에너지’의 이미지는 좋지만, 효율성은 원전의 발끝도 못 따라간다.

운영비도 비슷하다.
원전은 MWh당 2만원, 태양광은 1만8000원, 풍력은 무려 6만원대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탈원전은 단순히 ‘이념적 선택’이 아니라 ‘비용 폭탄’에 가깝다.

해외는 이미 방향을 바꿨다.
벨기에는 2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고, 스웨덴은 신규 원전 4기를 짓는다.
풍력 강국 덴마크도 40년 만에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린”을 외치던 나라들이 돌아서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 전력이 부족해서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간다.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정기조로 세웠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출렁인다.
산업과 도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언제나 돌아가는 전력’이 필요하다.
그게 원전이다.

물론 원전의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중요하다.
후쿠시마의 기억을 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기술은 진화했다. 안전장치와 운영 시스템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
“위험하니까 하지 말자”가 아니라, “어떻게 더 안전하게 할까”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탈원전이냐, 원전 회귀냐의 싸움이 아니다.
에너지의 ‘현실성’을 직시하는 일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보완재로, 원전은 기반으로 —
균형 잡힌 전력 전략이 없으면 ‘탄소중립’도, ‘산업경쟁력’도 허상이다.

에너지는 이념이 아니라 계산의 문제다.
감성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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